호치민에서 개발자로 2주 살기
들어가며
지난 12월, 2주 동안 호치민에서 시간을 보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서 장소의 제약은 없었고, 무엇보다도 추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는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개발자로서 호치민에서 보낸 2주간의 경험과 워케이션(workation)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왜 호치민인가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사랑받는 도시들은 많다.
방콕, 치앙마이, 발리처럼 유명한 곳들이 있지만 아래 세 가지 이유로 호치민을 선택했다.
1. 따뜻한 날씨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추위를 굉장히 많이 타기 때문에 한국과 비슷한 날씨의 도시로는 절대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날씨가 따뜻하고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은, 동남아권으로 선택지는 좁혀졌다.
2. 일하기 좋은 도시인가
2주 동안 시간을 보내지만 온전히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병행되어야 했기에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노트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지가 중요했는데, 호치민은 이 모든 면에서 적합한 도시였다.
3. 너무 관광지 같지 않은 곳
1, 2번을 고려했을 때 방콕과 호치민으로 좁혀졌다.
결과적으로 호치민을 선택하게 된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였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때 유명한 관광지를 열심히 찾아다니기 보다는 로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유명하지 않은 식당, 카페 그리고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구경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방콕은 관광지로 너무 유명했기에, 상대적으로 로컬의 느낌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호치민을 선택했다. 그리고 베트남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성장하는 국가의 분위기를 한번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호치민에서 살기
숙소
호치민은 1군, 2군, 3군 등으로 구역이 나뉜다. 1군은 관광지와 고급 호텔이 밀집된 중심지로 유명하지만, 굳이 관광지와 가까운 곳에서 머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3군에 숙소를 잡았다.
3군은 1군과 가까운 거리이면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안전한 지역이다.
그릐고 숙소에서 1군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었고, 덕분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다.
음식
나는 음식에 대해서 전혀 힘든 점이 없었다.
맛에 대한 민감한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맛에 둔감한 편이기 때문에 오히려 고수나 낯선 향신료를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로컬 식당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았다.
새로운 음식을 먹게 된 것은 자의반 타의반이였는데 식당에 영어 메뉴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 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말 그대로 아무거나 시켜서 먹었다. 그렇다 보니 진짜 이 음식을 주문한게 맞는지, 확인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 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졸리비를 가끔갔는데 이유는 단순한데 한국에 없기 때문이였다.
교통
사실 3군에서 관광지가 있는 1군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고, 로컬을 돌아다닐 때에도 걸어다녔기 때문에 교통수단이 필요한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조금 더 교외로 이동할 때는 Grab을 이용했다. Grab 오토바이를 이용했는데, 오토바이가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교통 수단이기도 하고 가까운 거리를 가는데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였기 때문이다.
카드를 연동해서 결제도 쉽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편했다.
호치민에서 개발자로 일하기
처음에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도착한 첫날 호치민의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통해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해진 장소가 아니라 매일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결심했다.

어떤 카페에서 일할 것인가
매일 다른 장소를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3군 그리고 1군에 위치한 많은 카페를 갔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취향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일하기 좋은 카페라면 아래와 같은 조건을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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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와이파이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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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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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환경
이러한 조건을들 갖춘 카페들 중에서도 가장 무난하고 찾기 쉬운 것은 아래 두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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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ands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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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ffee House
두 카페 모두 와이파이 사용이 원활했고 주문할 때 직원들도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특히 Highlands Coffee는 정말 많았는데 마치 우리나라 편의점 처럼 골목 하나 건너면 또 다른 Highlands Coffee를 찾을 수 있었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될까?
나도 이점이 가장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되었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이 다른 국가에서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현지인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직접 물어보기도 했는데 대답은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누군가는 작은 카페가 아닌 대형 카페의 경우에는 CCTV가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절대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우면 안된다고 나에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한국과 똑같이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웠다.
주변에 노트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자리를 비울 때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았고 (물론 대부분은 일행이 있었다.)
자리를 비울 때 노트북을 가져갔다가 다시 들고 오는 행위 자체가 부자연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문을 한다던가 화장실을 갈 때 한국에서와 똑간이 행동했다.
이 선택이 과연 좋은 선택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2주 동안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얼마나 오래 있어도 될까?
한국에서는 명시적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암묵적으로도 음료 한잔에 3시간 정도를 머무르고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음료를 한 잔 더 시켜야 한다.
하지만 호치민의 카페에서는 음료 한 잔을 시키면 몇 시간을 머물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처럼 암묵적으로 정해진 시간 제한이 없었고,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며
결론적으로 호치민에서의 2주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때 유명한 관광지를 가는 것 보다는 로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더 만족스러웠다.
노트북에서 눈을 돌리는 순간이 모두 여행이였고, 내가 머물렀던 곳이 관광지가 아니였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대가 없는 친절도 여행의 만족스러운 요소 중 하나였다.
개발자에게 워케이션 또는 디지털노마드로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아주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